2025-06-27
초대, 질문, 답변

“버드콜이 무슨 뜻이에요?” 자주 듣는 질문이다. 그때마다 나는 Quelle est Belle Company의 핸드메이드 버드콜을 꺼내며 설명한다. 그 레퍼토리는 여기에 적지 않겠다. 어디선가 우리가 만나 당신이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답해주겠다.

어떤 일을 구상하고 시작할 때 이름이 단번에 떠오르는 행운이 있지 않는 이상 이름이 지어질 때까지는 그 빈칸의 답답함을 견디며 많은 설명을 덧붙여야 하고, 그것은 알다시피 아주 번거로운 일이다. 대부분의 상호, 상품, 사람, 애완 도마뱀, 무엇이든 이름은 중요하다. 이름은 방향성을 담고, 이름은 해석되고, 기억되고, 불리고, 전달된다.

이름을 짓고 나면, 앞으로 그 이름의 의미에 대해 몇 번이고 답변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이름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까지가 앞으로 그 이름을 통해 하게 될 여러 일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반복적인 질문을 처음 듣는 것처럼 답변하기란 어렵다. 반복적인 질문은 여러 명의 타인이 하기도 하고, 한 명이 여러 번 하기도 한다. 이때 지친 답변을 내놓기란 쉽다. 지친 기색 없이 처음인 것처럼 답하기 위한 요령이 있다. 나의 권태보다 질문자의 호기심을 더 중요한 위치에 두는 것이다. 이것은 자칫 환대적 태도인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먼저 받은 환대에 대한 보답이다. 타인이 내가 정한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나의 일방적인 명명 규칙을 따라주는 것이고 그렇다면 그 규칙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는 건 타인이 나의 규칙을 흔쾌히 수용해 준 것에 대한 당연한 보답에 불과하다.

내가 버드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대는 질문의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다. 질문은 답변을, 답변은 질문을 일으키며 그 과정에서 환대의 태도가 촘촘히 요구되는데 이 때 그 환대의 순서와 정도를 가를 수는 없다. 어쩌면 어떤 것이든 순서, 정도 그리고 그 외의 모든 척도를 내려놓는 것이 환대의 기본일 것이다. 데리다가 말하는 절대적 환대는 멀게만 느껴지니 나는 그저 가까운 곳에서 자주 일어나는 질문의 상황들에서 그간 읽고 이야기 나눈 환대의 개념과 듣기의 윤리를 상기하겠다.

업종을 명시하기 어려운 나의 일은 교육이기도 중개이기도 마케팅이기도 그리고 그 밖에 무엇일까 스스로 자주 질문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의 일은 초대이다. 초대는 불확실성을 동반한다. 초대에 응한 자가 동반할 불확실성까지도 환대하겠다는 결심이 필요하다. 심지어는 초대에 응할 자가 있을 지 마저도 불확실한데, 이 때는 거절을 수용할 용기도 필요하다. 초대는 제안이며 모든 제안이 그러하듯 일방적인 계획과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매 순간 달라지는 환경에 따른 환대의 기술을 개발하며 타인에 대한 허용성을 높이고 내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기 위한 춤을 춰야한다. 그렇다면 나는 먼저 문을 열어두고 질문을 기다리며 함께 마실 차를 준비하겠다.


2025년 4월 18일부터 6월 27일까지 버드콜에서 진행한 '리딩 메이트'에서 다음 텍스트를 읽고 썼다.
  • 『사람, 장소, 환대』 中 절대적 환대
  • 『듣기의 윤리』 中 전달 (불)가능성
  • 『게임: 행위성의 예술』 中 행위성이라는 예술
  • 『불확실을 이기는 전략: 센스메이킹』 中 왜 센스메이킹인가?